국내주식을 해보신 분 치고 '신라젠' 이란 종목을 모르는 분은 별로 없을듯 하다. 잠잠하다 싶으면 간간히 뉴스에 나왔던, 바이오 회사로 알려지기 보다는 문제 많고 속 시끄러운 회사로 유명한 그 이름 '신라젠'
신라젠은 어떤 기업인가?
네이버 지식백과에 따르면, 신라젠은 바이러스를 이용한 항암제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하고 있는 바이오벤쳐기업 이라고 나온다. 핵심 플랫폼 기술은 '펙사벡' 으로, 유전자를 재조합하여 만든 백시니아 바이러스로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사멸시키고,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2016년 12월 6일 기술특례(기술평가 AA 등급)로 코스닥에 상장한 바이오 회사다. 회사 직원은 48명(2019년 기준) 정도로 알려져 있다.
2016년 12월 상장 후 13,500원이던 주가는 꾸준히 상승하더니 약 1년이 지난 2017년 11월 21일에는 131,000원까지 소위 말하는 텐베거를 달성한 주식이기 때문이다. 간암 치료제를 표방한 후보 물질인 ‘펙사벡’이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한다는 소식이 떴던 2017년 11월 27일에는 주가가 장중 152,300원을 찍으며 시가총액이 10조를 넘기기도 하였다.
한때 코스닥 시가총액 2위까지 찍었던 신라젠은 2019년 8월 미국에서 펙사벡 임상에 따른 치료 효과를 입증하지 못해 임상 중단 권고를 받으면서 나흘 만에 주가는 3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맞으며 4만4550원에서 1만5300원으로 66% 급락하였다. 그리고 2020년 5월 4일 경영진의 횡령과 배임 혐의로 인해 거래정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코스피 시가총액 30위권에 랭크되어 있다. 참고로 신라젠 소액주주는 16만 5천여명이며 지분율은 무려 66.1%에 달한다.
그런 신라젠이 2022년 10월 12일 바로 어제자로 한국거래소 시장위원회로부터 심의를 받아 거래재개가 결정되었다는 뉴스가 메인으로 뜨게 되었다. 시장위원회가 상장폐지를 권고했을 수도 있겠지만 이의신청을 세번까지 할 수 있는 관계로 신라젠은 마지막 찬스를 사용해서 이의신청했을 거고 다음 라운드로 넘어갔을 건데 2라운드에서 결국 기사회생한 셈이 되었다.
신라젠은 심의 전부터 긍정적인 관측이 나왔었다. 왜냐하면 지난 10월 7일 거래 재개로 결정된 큐리언트라는 종목이 있었기 때문이다. 큐리언트도 신라젠처럼 2016년 2월 기술특례상장 제도로 코스닥에 상장한 회사로 5년간 연속 기업에 손실이 있다하더라도 관리종목 지정을 벗어날 수 있는 까닭에 매년 매출 0원(...) 을 기록하다가 5년 보호막이 해제되면서 분기 매출액 3억원, 반기 매출액 7억원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를 통해 거래가 정지되었다.
하지만, 큐리언트는 매출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연 매출 50억원대인 의약품 유통업체 에이치팜을 흡수합명하면서 거래재개 되었으나, 거래재개 이후 첫날 주가는 -17%, 2일째는 -16% 를 찍으며 크게 하락하였다. 큐리언트는 다시 살아났고 신라젠도 살아났고, 이제 남은건 오는 20일 전에 생사여부가 정해질 코오롱티슈진 인데, 건전한 투자 마인드를 갖고 계신 구독자 분들이라면 왠만하면 셋다 관심을 주지 말도록 하자.
아무튼 속 시끄러웠던 신라젠의 거래 재개가 확정되면서 이미 관련 커뮤니티는 시끌벅적한 상태이다. 뉴스도 금융/재테크 섹션에서는 거의 메인 뉴스로 신라젠에 대한 게재가 주를 이룬다. 항간에는 신라젠의 거래재개 이후 침체된 주식시장과 바이오주들의 상승을 이끌어낼 가능성이 있다는 기대감도 있는데, 요즘과 같이 얼음처럼 꽝꽝 얼어있는 주식시장에 신라젠하나 돌아온다고 얼음이 녹으리란 생각은 일찌감치 접는게 이롭지 않을까.
당장 오늘(10월 13일) 장이 시작되고 2년 반 동안 정지되었던 신라젠의 거래가 재개되면 ,필자의 생각에는 단타 작전세력들과 광기 어린 자들이 우르르 몰리면서 거래량 상위는 당연히 찍을거고, 그야말로 단타 전국 제일대회가 펼쳐지지 않을까 싶다. 단기 차익을 노리고 침 흘리며 몰려드는 자들과, 2년 반동안 아무 것도 못한 채 내내 묶여있던 개미들의 탈출 러쉬가 맞물릴 것이니 가히 출퇴근 시간 2호선 인파를 연상케 하는 장관이 펼쳐지지 않을까.
한편, 신라젠의 현재 최대주주는 지난해 5월 600억원을 들여 지분 18.23%를 확보한 엠투엔 이라는 회사인데, 신라젠 최대주주인 엠투엔은 신라젠 거래재개가 결정되면서 어제 하루 10% 폭등했다.
올해 3월에서 7월까지 내내 6천원대 내외에서 바닥을 횡보하던 이 회사가 뭔가 신호를 받은건지 꾸준히 주가가 오르더니 어제는 모처럼 큰 거래량이 터지며 10% 상승이라.. 추가 설명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진 않지만, 이왕 적은 김에 엠투엔에 대해서 부연 설명을 하면, 엠투엔은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처남인 서홍민 회장이 이끌고 있는 회사로, 서홍민 회장은 엠투엔과 리드코프를 관리하고 있다. 리드코프는 대부업체고 엠투엔은 금속탱크 등 각종 철강제품 제조 판매 회사다.
철강제품 만들어 파는 회사가 거래정지된 바이오벤처 기업 신라젠에 600억원을 투자해서 최대주주로 등극이라니 뭔가 킁킁... 갑자기 좋지 않은 냄새가... 필자는 국내주식은 여러가지 이유로 환멸을 느껴 더이상 하지 않는다. 구독자 분들도 아무쪼록 이런 기업에는 눈길도 관심도 주지 마셨으면 좋겠다.
옛 말에 소문난 잔치에 먹을거 없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 이런 고사성어급의 말들은 수십년, 수백년의 세월이 지나와도 돌아보면 거의 다 맞는 말이었다. 얼어붙은 시장에 2년 반만에 돌아온 신라젠은 어떤 모습을 보일지 향후 귀추가 전혀 주목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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