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 회장 및 핵심 임원진이 사고 1주일 만에 대국민 사과를 했다. 그러면서 향후 3년간 1천억원 대의 투자를 통해 안전조치 개선과 직원들의 작업환경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사과와 대책에 대해서는 발표했지만 이번 사고의 핵심 원인으로 꼽히는 12시간에 가까운 과도한 근무시간과 2인 1조 현장 근무가 지켜지지 않은 등 근무 환경과 원인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다.
1천억원대의 투자라.. 빵값과 아이스크림값 또 올리겠다는 소리로 왠지 들리지만 이번같은 사고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는다면 가격이 더 오르더라도 좋다. 안타까운 사고로 힘없고 선량한 노동자들이 희생되는 사고는 더이상 없어야 하니까. 회삿돈만 쓰지말고 회장과 그 일가족들부터 자비 출연해서 보탠다면 신빙성이 조금은 더 높아지겠지.
SPC의 노동자에 대한 열악한 처우 및 대우는 이번만이 아니다. 2017년에는 파리바게뜨가 제빵 제조기사 5,300여명에게 불법 파견으로 일을 시키다가 고용노동부의 수사를 받기도 했고, 휴게시간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일하던 일부 여성 제빵 제조기사 직원들은 유산하는 안타까운 일도 발생했었다.
노동부에서 제빵 기사 5,300여명을 직접 고용하라고 시정명령을 내렸음에도 SPC는 시정하지 않고 버텼다. 시민과 노조들이 끊임없는 항의와 지탄을 보냈으나 모르쇠로 꿋꿋히 외면하던 SPC는 과태료 162억을 부과받고 나서야 직접 고용과 임금 인상 등 12개 항목에 합의했는데, 이 합의의 내막에는 162억의 과태료를 면제받기 위해 마지못해 했다는 설이 많다.
지난주 발생한 SPC 산하 SPL 공장의 소스 배합기계에서 열악한 근무환경 속에 작업하다가 안타깝게 숨진 20대 여성 직원의 사망사고 발생 이후 SPC 기업의 대응은 정말 황당하고 어처구니 없는 일들의 연속이었다. 사망사고가 났는데도 현장을 천막으로 가려놓고 공장은 계속 가동시켰는가 하면, 사고 당일날 영국의 파리바게뜨 1호점 개장식을 홍보하는 소식을 전파하기도 했다.
게다가 사고 당일 같은 공장에서 제조된 소스가 사용된 샌드위치 4만 1천여개, 무게로는 약 9,300kg에 달하는 이 샌드위치는 전량 시중에 정상 유통된 것으로 드러났다.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한 해당 공장은 최근 5년 동안 발생한 37건의 사고 중에 절반 가까운 15건이 기계에 끼이는 사고였다고 한다. 이렇게나 사고가 많이 발생했는데도 별다른 개선이나 조치없이 계속 공장은 위험한 환경 속에서 사고를 끊임없이 유발하며 정상 가동했다는 거다.
게다가,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계에 대해 '안전장치를 설치할 의무는 없다.' 며 면피하는 모습은 정말 가관이었다. 이 말은 뭐냐하면 이런 생명과 직결된 중대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한 기계를 운영하면서 그 기계를 다루고 일하는 직원들의 안전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다는 주장이라고도 볼 수 있다. 안전장치 설치 여부에 대한 결정권이 사업자에게 있다면, 그래서 해당 사업자가 안전장치를 설치하지 않기로 했다면, 그말인 즉 우리는 안전 따위에는 관심없다는 말과 같지 않은가.
이 문제의 안전장치는 바로 밑에 보시는 사진이다. 방범창처럼 되어있는 이 장치는 기계 속으로 작업자가 들어가는 사태를 방지해주는 역할을 하고, 이 장치가 닫혀있지 않고 열려있으면 기계는 작동하지 않도록 되어있는 구조다. 몇백만원이 드는 것도 아니고 단돈 30만원 정도 하는 장치다. 작업자에게는 이 안전장치가 있냐 없냐에 따라 생사의 기로가 엇갈릴 수도 있는 그런 장치인데도 SPC 기업은 이 안전장치를 사용하지 않았다.
저 소스 배합장치 기계는 안에 보이는 롤러가 소스를 돌려주어 부드럽게 풀어주는 기계인데, 작업자는 이 기계에 소스를 붓는 작업과 붓고나서 고루 섞여 돌아가도록 저어주는 작업을 하게 된다. 그런데, 저 안전장치가 있으면 소스를 부을때 안전장치 덮개를 열어야 하고, 그러면 기계는 닫히기 전까지 작동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작업 공정 속도가 느려지는 것이다. 기계가 계속 돌아가면 소스를 연달아 계속 붓고 돌릴 수 있는데 저 안전장치 덮개는 열리면 기계가 멈춰버리니까. 한마디로 SPC 기업은 작업 속도를 더 빠르게 하기 위해 저 안전장치 설치를 무시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참으로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한 것이고..
SPC는 사실상 국내 제빵업계의 최강자 위치에 있다. 다들 아시는 CJ 계열사인 뚜레쥬르도 파리바게뜨에는 비비지 못하는 이유가 파리바게뜨는 전국에 3,500여곳의 매장이 있지만 뚜레쥬르는 1,400곳이 되지 않는다. 대한민국 제빵 시장을 좌지우지할만큼 대기업으로 성장했다면 그에 맞는 경영을 해야할 것인데, 최근 사고나 기업의 행태를 봐서는 회사를 위해 일하는 직원들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회사의 성장과 이윤만을 추구하는 기업이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사고가 발생한 평택 SPL 공장이 뒤늦게 가동을 멈춘 후에도 일부 직원들을 대구에 있는 SPC 계열 삼립 공장으로 보내 계속 일을 시키는 것만 봐서도 이 회사는 대체 정신이 있는건가? 싶은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
안타깝게 숨진 20대 여성 노동자가 생전 어머니와 나눈 카카오톡 메세지를 보면 눈물만 나는거 같다. 누군가의 소중한 딸이고 가족이 위험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제대로 된 노동 근무여건 보장도 못 받고 일했을 것을 생각하면 그저 한탄밖에 안 나온다.
어려운 가정환경 속에서 빵 만들기를 좋아해 고등학교에서 베이커리과를 전공하고 졸업 후 곧바로 파레바게뜨 매장 제빵사에 비정규직으로 취직한 희생자는 열악한 근무여건으로 불과 7개월만에 일을 그만 뒀으나, 빵 만드는 일을 포기할 수 없었던 그녀는 빵 반죽을 납품하는 SPC 계열사인 SPL 공장에 정규직으로 입사했으나, 1년 넘게 야간근무조로 일하며 밤새 10~15kg나 되는 재료를 옮기며 끊임없이 기계처럼 일했다. 2주 야간, 2주 주간의 살인적인 업무 강도와 열악한 근무여건에 힘겨워 하면서도 가족이 있어 포기할 수 없었던 희생자는 안타깝게 하늘나라로 떠나야만 했다.
우리나라가 개발도상국인가? 다른 나라들로부터 인정받는 선진국이지 않는가. 언제까지 이런 힘 없는 노동자들의 안타까운 사고 소식을 접해야 하는지, 두번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엄중한 조치와 소비자들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한 이유다. 안타까운 사고로 하늘나라로 간 노동자 분의 명복을 진심으로 빕니다.
소비자들 덕분에 이만큼 커왔고 소비자들 덕분에 회장과 임원진들은 호위호식하며 막대한 부를 얻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그들이 회사를 위해 일하는 노동자들 귀한 줄 알고 아끼며 보호하는 책임은 다 했는가? 시장의 독점적 지위 구축을 빌미로 소비자들에게 더 양질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보다는 물가 인상을 핑계로 끊임없는 빵값 인상의 주범으로 불리며 여전히 배만 불리기 바쁜 그런 기업이라면 이제 소비자들은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 이번 사고가 묻히는 일 없이 제대로된 수사를 통해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으로 관련자들에게 엄중한 처벌을 내리고, 이번 사태로 인한 가맹점 손실에 대한 보상과 노동자들의 확실한 안전 개선, 피해 유가족들에 대한 제대로 된 조치가 이뤄지기 전까지 내 인생에 SPC는 없음을 선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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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 20대 여성 노동자 사망사고, 정말 너무나 안타깝고 비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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