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크 플레이션' 이란?
밀크(우유)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의 합성어로 우유 가격이 오르면 우유를 원료로 사용하는 치즈, 분유, 아이스크림, 커피, 빵 등의 가격도 오를 수밖에 없기에 우유 가격 상승은 물가 상승을 유발한다는 용어

올해 우유 가격이 사상 최대폭으로 오를 예정이다. 지난해에는 원유 가격이 리터당 926원에서 947원으로 약 21원 인상되었는데, 올해는 여기서 또다시 역대급 인상폭인 52원이 올라 이제는 원유 가격이 1천 원에 육박할 예정이다. 작년에 21원 올랐을 때도 시중에 판매되는 흰 우유 1리터 가격은 약 200원 올랐었는데, 이번에 52원이 오르면 적어도 500원 가까이 올라 소비자가 흰우유 1리터를 사려면 3천 원이 들 수도 있단 소리다.
원래 국내 원유 가격은 다른 모든 공산품처럼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어 왔는데, 2010년도 구제역이 크게 발생하면서 젖소 수가 급감하여 낙농업계가 위기에 봉착하자 정부에서 이를 보호하기 위해 2013년 생산비용과 연동되어 원유 가격이 결정되는 '생산비 연동제' 정책을 도입하였고 현재에도 지속 시행 중이다. (시장 수요와 공급 따위는 멍멍이한테나 줘버려)

농림축산부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원유 가격은 20년 전에 비해 약 72% 상승했는데 같은 기간 미국 와 유럽에서는 약 10% 상승에 불과했다. 우리나라 원유 가격이 얼마나 빠르게 올랐는지 알 수 있다.
지속적인 원유 가격 인상에 따라 소비자들의 불만은 높아지고 우유를 원부자재로 사용하는 다른 식품들의 가격도 덩달아 높아지자 정부는 현재 모든 원유 가격의 기준선인 리터당 1,100원을 용도별로 구분하여 마시는 원유는 1,100원 그대로 유지하되, 유제품을 만드는 용도로 가공되는 원유는 800원으로 인하하는 '차등 가격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으나 낙농업계들은 결사반대를 외치면서 다음달부터 원유 공급 중단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우유 가격이 인상되면 우유를 원부자재로 사용하는 치즈, 아이스크림, 커피, 빵 등 각종 제품들도 당연히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작년 10월에도 서울우유가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흰 우유 1리터를 2,500원에서 2,700원으로 올리자 곧이어 매일유업과 남양유업도 5% 정도 가격을 인상했는데 이후 3개월쯤 지나자 스타벅스, 커피빈, 맥도널드, 파리바게뜨, 배스킨라빈스 등 업체들도 모조리 가격을 인상했다. (우유값이 올라서 어쩔 수 없다는 핑계되기 딱 좋았을 것이다)
국내 우유 가격이 소비자들이 사먹기에 부담스러울 정도로 비싸지자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수입 멸균우유 인기는 해가 갈수록 점점 높아지고 있다. 올해 8월 관세청에 따르면 상반기 멸균우유 수입량은 1만 4,675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7%나 상승했다. 멸균우유는 미생물을 제거함으로써 1년 가까이 품질 유지가 되어 유통기한이 길어 수입하기에도 용이하다.

가뜩이나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어 소비자들은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노력하는데 필수 식료품이라 할 수 있는 국내 우유 가격은 계속 오르고만 있으니 국내 우유 소비는 점점 감소하고 수입 멸균우유 소비는 앞으로 더 증가하게 될 것이다. 게다가 2026년부터는 수입 유제품에 붙는 관세도 아예 철폐된다. 유업계와 낙농업계들이 배째라 어쩔 수 없다며 가격을 올려대기만 할게 아니라 긴장해야 된다는 소리다.
근데 낙농업계의 원유 가격은 고작 몇십 원씩 오르는데, 소비자들이 사는 우유 가격은 그보다 열 배 가까운 몇백 원씩 오르는 걸까? 운송비, 인건비, 유통업체 마진 등을 고려하면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겠지만 소주값도 80원이 오르면 식당에서는 1천 원이 오르는 이런 현상이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가. '난 가격 올렸으니 넌 그냥 돈 내고 사'라는 게 언제까지 먹혀들진 모르겠지만 소비자들도 결코 바보는 아니다.

낙농업계는 매년 원유 가격을 올려도 올려도 겨우 적자를 면하는 수준이니, 매년 경영위기니, 남는 것도 없다니 우는 소리만 하지만, 소비자들은 이젠 휘발유 2리터에 가까운 가격에 우유 1리터를 사야되고, 또한 우유값이 오르고 나면 커피, 빵, 아이스크림, 분유, 치즈 등도 전부 다 덩달아 가격이 오를 테니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라면도 마찬가지로 업계 1위 농심은 거의 매년 라면값을 시원시원하게 올려대고 있고, 유시장에서도 업계 1위 서울우유가 매년 우유 가격을 올리고 있다. 시장 점유율 1위 업체들이 이렇게 가격을 올려대도 소비자들이 꾸준히 애용하고 찾아주니까 가장 손쉬운 방법인 판매가 인상으로 기업이 노력해야 할 부담을 소비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하고 있다.
그 아래 2위나 3위인 기업들도 1위 기업이 총대 매고 가격을 먼저 올려주면 이에 편승해서 똑같이 가격을 인상한다. 필자가 봐서는 1위, 2위, 3위 다 도토리 키재기 하는 것과 같은 그 나물에 그 밥들로 보인다. 기업 간에피 터지는 경쟁과 노력은 별로 없고 다들 비슷한 행태로 시장 점유율을 나눠먹고 있는 수준을 유지하면서 손해볼 일은 모두 소비자들에게 전가하는 듯하다. 마치 '우리가 남이가?' 라는 말처럼 말이다.

비단 유업계를 제외하고도 우리나라 여러 기업들을 보면 기업의 인력구조 개편 및 불필요 임직원 감원, 생산공정 혁신과 효율성 증대를 통한 원가 절감, 운송시스템 개선으로 중간 지출 감소 등 이런 측면에서 뼈를 깍는 노력을 기울이는 기업은 거의 보기 힘든 거 같다. 업체들 간에 경쟁도 거의 없고 생산 원가가 오르면 별다른 자구책보다는 그냥 판매 가격만 올리고 있으니 결국 모든 피해와 부담은 소비자들에게 돌아간다.
정부도 기업이 가격을 올리든 말든 세금만 잘 거두면 되는 것인지 수술과 같은 실질적인 조치보다는 약 처방 같은 가벼운 대처만 주문하거나 어쩔 때는 방관만 하는 것처럼 가만히 보고만 있는 듯하다. 소비자들은 뻔히 눈으로 보고 있는데도 돈 뺏기는 기분이 매번 드니 참으로 씁쓸한 현실이다.

기업은 단순히 가격 인상만 주구장창 할게 아니라 자발적인 혁신과 노력이 필요하고, 정부는 기업들의 가격 인상에 대한 적절한 개입과 가격 인상이 적절한지에 대해 꼼꼼히 확인하여 가격 인상을 최대한 억제함으로써 소비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우유를 별다른 가격 부담없이 편하고 마음껏 마실 수 있었던 옛날이 그립다. 날이 갈수록 가격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는 국내 낙농업계와 서울우유 등 유업계 들은 중장기적으로 가격 경쟁력과 뛰어난 상품성을 갖추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수입 시장에 밀리고 소비자들에게 외면받아 결국 도태될지도 모른다. 필자는 그래도 수입된 다른 나라 우유보다는 우리나라 우유가 좋다. 아무쪼록 소비자들에게 사랑받는 합리적인 가격의 국내 우유가 꾸준히 판매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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